일본 축구 대표팀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국가로 평가받습니다. 감독의 임기를 단순히 경기 결과로만 판단하지 않고, 유소년 육성부터 전술적 체계, 선수 스타일 일관성까지 포함된 거시적 플랜 속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구조가 특징입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일본축구협회(JFA)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연결되며, 대표팀뿐 아니라 전 연령대 팀과 리그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 대표팀 감독들이 어떤 방식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실현해왔는지를 살펴봅니다.
기술 위주 축구와 JFA의 철학 통합 시스템
일본 축구의 장기 전략은 기술 위주의 플레이 철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기술 축구"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고, 모든 대표팀과 유소년 팀에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표팀 감독 선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감독들은 이 철학을 기반으로 장기적 비전을 설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표팀 감독이 바뀌더라도 기본적인 전술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공을 소유하며 전개하는 빌드업 축구, 빠른 패스워크, 공간 창출 능력을 핵심 요소로 삼는 것은 일본 대표팀이 수년간 유지해온 전술적 근간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JFA는 유소년 아카데미, 고교 축구, 대학 리그, J리그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선수들에게 동일한 축구 스타일을 교육합니다. 대표팀 감독들은 이 구조 위에서 장기적 계획을 세우며, 특정 대회 목표보다는 월드컵 2~3사이클에 걸친 성장 계획을 설계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유소년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들이 A대표팀에 무리 없이 올라올 수 있도록 포지션, 스타일, 역할 등을 동일하게 설계하고 있어, 감독 역시 이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전술 구성이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감독이 바뀌어도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는 ‘철학 중심’ 대표팀 운영이 가능하며, 이는 세계적인 대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요인이 됩니다. 장기 프로젝트를 가능케 한 기반은 JFA의 일관된 축구 철학과 모든 단계의 시스템 연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카다–자케로니–모리야스의 전략적 프로젝트 계승
일본 대표팀의 장기 프로젝트는 특정 감독 개인의 업적을 넘어서, 시스템 내 계승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오카다 다케시, 알베르토 자케로니,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지도자였지만,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이끌며 공통의 철학을 유지해왔습니다. 오카다 다케시는 1998년과 2010년 두 차례 일본 대표팀을 맡으며, 전통적인 피지컬 중심 축구에서 기술 중심 전술로 전환하는 데 초석을 마련한 인물입니다. 그는 당시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해 팀 세대교체를 이끌었고, 단순히 승리를 위한 선수가 아닌 미래를 고려한 전술 실험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2010년 월드컵에서는 공격보다 조직적인 수비와 체계적인 전술 집중력을 통해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자케로니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감독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팀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일본의 기술 축구에 유럽 전술을 접목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측면 활용과 포지션 이동의 유연성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하세베, 혼다, 카가와 등 유럽파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며 빌드업 기반 전술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성과와 함께, 그의 재임 기간은 장기 전략의 전환기였다고 평가받습니다. 현 대표팀 감독인 모리야스 하지메는 JFA 내부 인사 출신으로, 유소년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그리고 A대표팀까지 모두 경험한 지도자입니다. 그는 기존 철학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 축구의 속도와 압박 강도를 접목시키는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는 이변을 이뤄내며, 전술 유연성과 상황 대응 능력 면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의 장기 프로젝트는 2026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세대교체와 조직 완성도를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연속성은 일본 대표팀의 안정성을 상징합니다. 감독은 바뀌더라도 시스템은 유지되며, 전임자의 철학은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계승·진화되는 구조입니다.
월드컵 성적보다 중요한 장기 비전과 유소년 연계 구조
일본은 월드컵 성적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기적인 ‘대표팀 비전’입니다. JFA는 2030년까지 월드컵 4강,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구체적인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실행 로드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각 연령대별 대표팀 운영, 리그 육성 정책, 국제 교류,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과 연결되어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대표팀 감독은 이 시스템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하며, 단순히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선수 발굴과 전술 실험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대표팀은 U-23, U-20 대표팀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주요 포지션별 유망주 명단은 JFA에서 데이터화하여 감독과 공유됩니다. 이는 감독이 단기간의 성적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계획을 기반으로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선수들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일관된 전술 시스템을 경험하고, 대표팀 감독은 이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완성도 높은 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월드컵 본선에서는 단기적 성과보다 향후 세대 운영과 조직력 향상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아시아 타 국가와의 대표적인 차이점입니다. 또한 일본은 감독 교체 시 ‘후임자 선정 기준’을 철저하게 설정합니다. 기존 시스템을 이해하고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 유소년 경험과 대표팀 운영 능력을 모두 갖춘 인물을 선호하며, 이는 프로젝트 일관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결국 일본 대표팀의 장기 프로젝트 성공 비결은 시스템 기반, 철학 통합, 세대 연계라는 3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구조 덕분이며, 이는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