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단기 토너먼트로 구성된 특수한 국제 무대입니다. 때문에 감독들은 단순히 가장 실력 있는 11명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 전체의 흐름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수 기용을 펼칩니다. 월드컵에서의 선수 활용은 경기력 유지, 체력 분배,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의사결정이 포함되며, 이는 감독의 전술 철학과 리더십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월드컵 명장들의 선수 기용 전략을 분석하여, 각자의 철학이 어떻게 실전에서 구현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루이스 판 할과 벤치 자원 활용의 예술
루이스 판 할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며 선수 기용 전략의 ‘마에스트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전술적 준비는 물론, 선수 교체의 타이밍과 심리적 효과까지 고려해 벤치를 활용한 대표적인 지도자입니다. 특히 8강전 코스타리카와의 승부차기 상황에서 교체 카드 하나를 남겨두고 주전 골키퍼 실레선을 빼고 팀 크룰을 투입한 장면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기용 전략’ 사례로 회자됩니다. 크룰은 두 개의 슛을 막아내며 판 할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고, 이는 전술보다 '경기 전체 플랜'을 설계한 감독의 사고력을 보여주는 예시로 남았습니다. 또한 판 할은 대회 기간 중 수차례 포메이션을 변경하면서도 항상 적절한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했습니다. 기존의 스타 의존도를 줄이고 조화로운 스쿼드를 구성하여 전술적 유연성과 체력 분산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 구성에서는 각 선수의 컨디션과 상대 전술을 고려해 빠르게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했고, ‘전 경기 동일한 포메이션’을 고집하지 않는 융통성이 돋보였습니다. 그는 “선수는 기용되지 않더라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언제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많은 후보 선수들이 경기 후반이나 교체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대표팀의 밸런스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히 스타 선수 기용에 그치지 않고, 대회 전체의 긴 호흡을 고려한 기용 전략이라는 점에서 현재에도 좋은 교본이 됩니다.
디디에 데샹의 핵심 축 선정과 로테이션
디디에 데샹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철저한 기용 전략의 강점을 드러낸 지도자입니다. 그는 대회 개막 전부터 ‘핵심 축’을 명확히 하고, 그 외 자원은 로테이션으로 체력 분산을 유도하는 형태의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 전략은 파울 포지션 선수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하고, 경기마다 역할 분담을 뚜렷하게 함으로써 전술적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킬리안 음바페, 그리즈만, 캉테 등 몇몇 핵심 선수를 중심으로 팀 전술을 고정하고, 주변 포지션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교체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파바르와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양 측면 수비에 배치하면서도, 필요 시 수비수 교체로 경기 템포를 조절한 점입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는 상대 전력과 컨디션을 고려해 일부 주전 선수를 쉬게 하며 체력 안배를 꾀했고, 토너먼트부터는 핵심 멤버 중심의 고정 전술로 전환해 안정된 경기 운영을 했습니다. 데샹은 단순히 선수 기용을 넘어서, 선수들에게 ‘역할 수행’을 강조하는 지도자로도 유명합니다. 예컨대, 포그바와 캉테는 자신들의 기본 역할 외에도 전술적 요청에 따라 움직임을 조절했고, 공격진도 수비 가담을 통해 경기 밸런스를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는 화려한 스타들 속에서도 안정감 있는 경기력과 체계적 기용 전략을 통해 대회 내내 위기 없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데샹의 전략은 핵심 라인을 중심으로 한 ‘축의 안정성’과 ‘역할 기반 기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받습니다. 이는 클럽과는 다른 월드컵 특유의 단기 토너먼트에 매우 효과적인 모델로 작용했으며, 이후 많은 감독들에게 벤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습니다.
티테와 리오넬 스칼로니의 유연한 교체 카드 운영
브라질의 티테 감독과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는 각각 2018, 2022년 월드컵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 기용 전략을 펼쳤습니다. 티테는 조직된 기본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도, 경기 중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교체를 활용하여 공격의 다양성과 수비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특히 카세미루, 파케타, 히샬리송 등을 중심으로 교체 타이밍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데 능했습니다. 반면 스칼로니는 대회 초반에는 주전 라인업이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경기력을 통해 적절한 선수를 찾고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진화형 기용 전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한 공격 구성은 고정적이었지만, 알바레즈, 에넬디 페르난데스, 맥알리스터 등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자원들을 중용하며 기량을 극대화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교체 활용을 넘어, 감독이 대회 도중에도 자신의 기용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힙니다. 스칼로니는 특히 후반전에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교체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했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의 체력 유지와 집중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선수는 처음 선발보다 마지막을 위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벤치 멤버에게도 철저한 전술 숙지를 요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전 경기에서 효과적인 교체 운영을 보여주며 우승에 성공했고, 이는 스쿼드 전체를 활용한 전략적 기용의 대표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티테와 스칼로니 모두 교체 자원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했으며, 단순히 체력 조절 이상의 목적—전술 전환, 심리 안정, 공격 전환의 동력 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체를 활용했습니다. 이처럼 현대 월드컵에서 ‘교체’는 단순한 보완책이 아닌, 핵심 전략의 일부로 완전히 자리잡은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