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각국 국민의 열정과 문화를 드러내는 거대한 축제입니다. 특히 응원 문화는 국가별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요소 중 하나로,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를 좌우할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국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일본, 브라질 세 나라의 월드컵 응원 문화를 중심으로 그 특징과 변화 양상, 사회적 배경을 비교 분석해보며, 응원이라는 집단 행위가 축구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봅니다.
한국의 응원 문화: 붉은 악마와 거리응원의 힘
한국의 월드컵 응원 문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바로 '붉은 악마'입니다. 이는 1997년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본격적으로 조직된 비공식 서포터즈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응원문화로 부상했습니다. 특히 2002년 서울 광화문, 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거리응원'은 단일 국가 최대 규모의 집단 응원 사례로 기록되며, 100만 명 이상이 동시에 하나의 경기를 응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한국의 응원 문화는 '집단 에너지', '동일한 메시지의 반복', '상징색(붉은색)' 등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한국 사회 특유의 단결력과 조직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은 간결하지만 강력한 울림을 지녔고, 드럼, 북소리, 집단 점프 등 군무에 가까운 응원 방식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형태입니다. 또한 한국은 경기장 밖 거리응원이 매우 활성화된 나라입니다. 이는 월드컵을 단지 TV 시청을 넘은 '참여형 국민 축제'로 진화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으며,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사가 거리 중계를 기획하는 등 국가적 규모로 응원 문화를 재구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2006, 2010, 2018년 대회에서도 이 문화는 이어졌으며, 일부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디지털 거리응원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응원 문화는 단체 응원, 자발적 결집, 일사불란한 구호 전달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응원이 하나의 ‘시민 참여형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세대 간 온도 차, 거리 응원의 피로감, 디지털 분산 등으로 인해 응원 문화의 방향성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일본의 응원 문화: 정제된 질서와 창의적 메시지
일본의 월드컵 응원 문화는 한국과는 다소 다른 결을 가집니다. 보다 정제되고 질서 있는 응원 방식이 특징이며, '개인 감정보다는 공동 규율'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응원단이 좌석별로 깃발, 카드섹션을 들고 만드는 집단 퍼포먼스로, 정리된 구조 속에서도 창의적인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특히 일본의 대표 응원 구호인 “니혼, 니폰!” 또는 “오레~니혼!”은 한국처럼 군중 중심보다는 구역별 서포터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울트라 닛폰(Ultra Nippon)’ 같은 공식 서포터즈가 존재하며, 이들은 응원 도구나 노래, 의상을 미리 준비하고, 경기장 질서를 지키는 데도 철저합니다. 실제로 일본 서포터들은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을 청소하는 문화로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이는 일본 사회 전반의 공공의식이 축구장 안팎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예입니다. 응원의 내용에서도 일본은 감정적 표현보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중시합니다. 유니폼에 자국 문화 요소를 삽입하거나, 지역 전통을 활용한 응원도구가 등장하는 등 ‘문화 융합형 응원’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SNS 시대 이후에는 손수 제작한 플래카드, 팬아트, 응원송 등이 활발히 공유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응원의 다양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응원의 특징은 정중함 속에 일체감이 있으며, 축제보다는 ‘성숙한 시민 문화’의 확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통제된 응원이 감정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으며, 한국식 응원처럼 ‘집단 에너지’가 폭발하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브라질의 응원 문화: 삼바 리듬과 축제형 응원의 정수
브라질의 응원 문화는 ‘축제’ 그 자체입니다. 삼바, 북소리, 춤, 노래, 컬러풀한 의상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마치 카니발을 연상시키는 응원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브라질 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응원을 통해 스스로 경기의 일부가 되며, 월드컵이 열리는 매 순간을 일상의 연장선이 아닌 ‘삶의 정점’으로 끌어올립니다. 브라질 대표팀을 상징하는 ‘셀레상’이라는 단어는 자부심 그 자체이며, 노란색 유니폼과 함께 관중석은 하나의 거대한 응원 퍼포먼스로 바뀝니다. 대표적인 응원가 “Eu sou brasileiro com muito orgulho…”는 남녀노소가 모두 따라 부르며,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리듬과 창법으로 바뀌는 융통성을 지닙니다. 이들의 응원은 자발성과 유희성이 강조되며, 정형화된 구호보다는 각자 자유롭게 리듬을 주도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브라질의 응원은 또한 음악과 댄스, 창의적 의상, 가족 단위 응원 등 문화 전반과 결합되어 있으며, 이는 경기장 밖에서도 지속됩니다. 길거리에서는 삼바 밴드가 직접 연주하며 응원 행진을 벌이고, 지역마다 고유 응원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대중적 스타를 향한 응원도 뜨거우며, 네이마르,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등은 경기 전후에 거리의 주제가처럼 다뤄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응원 문화도 때로는 지나친 열정으로 인한 과격 응원이나 경기 외적인 이슈로 이어지기도 하며, 대표팀 성적에 따라 응원 열기 차이가 큰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응원은 ‘인생을 즐기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