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는 세계적으로 ‘화려함’과 ‘개인기’, 그리고 ‘공격 축구’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브라질 대표팀의 지도자들은 각 시대에 따라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하며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왔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예술적인 플레이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술 변화, 조직력 강화, 실리 축구의 도입 등 현실적 전략으로 팀을 이끌어왔습니다.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는 시대별 흐름에 맞춘 전술 선택이 성패를 갈랐으며, 이는 브라질 감독들이 가진 전술 유연성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히바우두·호나우두 시절: 자유로운 공격 전술과 후방 안정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히바우두, 호나우두, 호나우지뉴의 삼각 편대를 앞세워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감독이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는 공격 중심의 전통적인 브라질 축구를 유지하면서도, 전술적 밸런스를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이 시기의 브라질은 겉으로는 자유분방해 보였지만, 후방 안정과 중원의 견고함을 철저하게 설계한 조직적 팀이었습니다. 스콜라리는 3-4-1-2 포메이션을 사용하면서 윙백을 활용해 측면을 넓히고, 미드필더에게 수비적 역할을 병행시키는 유기적인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미드필드에서의 수적 우위와 강한 전방 압박은 당시 유럽 팀들과의 전술 대결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특히 히바우두는 단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전방과 중원을 연결하는 ‘포지션 유동형’ 선수로 활용되었고, 수비 시에는 중간선을 내리며 공간을 차단하는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호나우두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로 활용되었지만, 공을 갖지 않을 때에도 수비 진영으로 깊이 내려와 역습의 출발점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 기술에 의존한 공격이 아니라, 감독이 설계한 움직임과 팀 전술 속에서 발현된 유기적 플레이였습니다. 당시 브라질은 “예술성과 현실성의 결합”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정교한 전략 아래 자유로운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이처럼 2002년 브라질의 성공은 단지 슈퍼스타들의 개인기가 아닌, 감독의 전술적 사고와 유연한 전략 조율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브라질 축구가 단순히 ‘개인 플레이의 국가’가 아닌, ‘전술 설계의 강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둥가·펠리페 스콜라리의 수비적 기조와 조직 축구
2006년 이후 브라질은 세계 축구의 빠른 전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축구로 전환합니다. 특히 둥가 감독 체제(2006~2010)는 브라질 대표팀이 ‘실용주의 축구’를 도입한 대표적 시기였습니다. 둥가는 선수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며, 감독으로서도 수비 조직력과 역습 전술을 중시했습니다. 그는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중앙에서의 수비 밸런스를 강화했고, 키미테르, 질베르투 실바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중심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브라질 축구 전통의 창의성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당시 유럽축구의 흐름에 발맞춘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전방의 카카, 호빙요, 루이스 파비아누는 역습 시 빠른 전개와 공간 침투에 집중하며, 보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공격 전개가 이루어졌습니다. 둥가는 또한 전술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으며, 훈련과 경기 중 선수들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여 조직적인 움직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종종 비판받는 보수적인 축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2009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월드컵 예선 1위 통과 등의 성과를 통해 실용 축구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2014년 월드컵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은 펠리페 스콜라리 역시 조직적 수비와 간결한 공격 전개에 중점을 뒀습니다. 네이마르에게 자유로운 플레이를 부여하는 대신, 수비와 중원에서 최대한 공간을 압축하며 체계적 전술 운용을 시도했습니다. 다만 독일전 1-7 대패로 이어진 경기에서는 ‘전술 유연성 부족’이 지적되었고, 이는 이후 브라질 축구가 더욱 다양한 전술 실험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치치 감독의 전방 압박과 4-2-3-1 활용법
치치 감독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브라질 대표팀을 맡으며 전술적으로 가장 유연한 운영을 보여준 지도자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는 4-1-4-1과 4-2-3-1을 경기별로 유연하게 활용하며, 브라질의 전통적 스타일과 현대 축구의 조직적 흐름을 결합한 전술 설계를 선보였습니다. 그의 핵심 철학은 ‘전방 압박을 통한 볼 회수’와 ‘패스 중심의 빌드업’이었습니다. 중원에서 카세미루, 파케타, 프레드 등을 활용해 전방으로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으며, 공격 전환 시에는 네이마르, 히샤를리송, 하피냐 같은 빠른 측면 자원을 활용하여 공간을 열고 침투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치치의 전술 유연성은 상대에 따라 라인을 조정하고, 네이마르의 포지션도 경기 흐름에 맞게 10번 역할, 윙어, 혹은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의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변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돋보였습니다. 그의 브라질은 단순한 ‘기교’ 축구가 아니라, 상대를 읽고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전략 중심의 팀으로 변화했습니다. 또한 그는 후방 빌드업 시 전담 수비형 미드필더를 후방으로 내려 중앙 수비수 사이에서 공을 받아 빌드업을 시작하게 했으며, 풀백의 오버래핑 타이밍도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조절하는 등 유럽식 전술의 장점을 도입했습니다. 2022년 월드컵에서는 비록 8강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경기력 자체는 전술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치치 감독 체제에서 브라질은 전통적인 예술 축구에서 진화하여, 전략적·분석적인 축구로 탈바꿈했고, 이는 향후 브라질 지도자들에게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