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의 경기당 평균 득점 수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시대별 축구 스타일과 전술 흐름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다득점 경기가 많았던 초창기, 수비 조직력이 강조되던 냉전기, 현대에 이르러 다시 득점이 증가하는 트렌드까지, 득점 변화는 축구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실제 평균 득점 수치와 함께, 왜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를 전술·기술·룰의 변화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초창기 다득점 시대의 배경: 수비보다 화려함
1930년 첫 월드컵이 열린 이후, 1950년대까지는 평균 득점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5.38점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입니다. 당시 축구는 공격 중심, 개인 능력 중심의 흐름이 강했고, 수비 조직력이나 전술적 포지셔닝은 지금보다 훨씬 느슨했습니다. 이 시기 팀들은 대체로 2-3-5 또는 3-2-2-3 같은 포메이션을 활용했으며, 이는 공격수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전형이었습니다. 또한 체력 훈련이나 조직 수비 시스템이 체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이 드리블로 수비를 돌파하거나, 롱볼 하나로 득점 찬스를 만드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교체 제도도 없었고, 골키퍼 보호 규정도 미비했기 때문에 득점이 용이한 환경이었습니다. 선수들 간 실력 차도 지금보다 컸습니다. 유럽 강호와 남미 몇몇 팀을 제외하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팀들은 거의 참가하지 못했거나 경험이 부족해 대량 실점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1954년 대회에서는 독일이 터키를 상대로 7-2로 승리했고, 헝가리는 한국을 상대로 9-0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런 결과는 경기당 득점 수치의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초창기 월드컵은 ‘공격이 최선’이라는 철학이 지배하던 시기였으며, 관중 역시 다득점 경기를 선호했습니다. 이는 당시 축구가 오락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졌으며, 전술적 깊이나 효율성보다 ‘누가 더 화려하게 골을 넣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합니다.
1990년대 이후의 저득점 흐름과 전술적 진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역사상 가장 낮은 시기였습니다. 특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2.21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FIFA 내부에서도 ‘월드컵이 너무 지루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던 시기입니다. 그 배경에는 축구 전술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수비 조직화와 전술적 안정성의 강화입니다. 이 시기부터 전 세계 축구는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라는 흐름이 본격화되었고, 특히 유럽 팀을 중심으로 두 줄 수비, 존 디펜스, 역습 중심 전술이 유행했습니다. 또한 4-4-2, 5-3-2와 같은 수비 위주의 포메이션이 많아지면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둘째, 기술 훈련과 체력 훈련의 과학화입니다. 선수들의 피지컬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체계적인 체력 훈련이 도입되면서 수비수들이 공격수를 따라잡는 속도도 향상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빠른 발을 가진 공격수가 수비를 쉽게 따돌렸지만, 이 시기에는 그런 상황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골을 넣기 위해서는 더 많은 패스와 더 정확한 기획이 필요해졌습니다.
셋째는 경기 운영 방식의 변화입니다. 1986년부터 도입된 퇴장 제도 강화, 간접 프리킥 규정 확대, 골키퍼 백패스 금지 등은 일부 공격적 요소를 장려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술이 더 보수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팀들은 최소 실점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고, 월드컵이라는 단기 토너먼트 특성상 ‘1점 지키기’ 전략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도 평균 득점은 2.52로 낮은 편이었고, 많은 경기가 1-0, 2-1 같은 박빙의 승부로 끝났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긴장감은 있었지만, 골 장면이 적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FIFA는 이후부터 룰 변화와 마케팅을 통해 공격 축구를 장려하게 됩니다.
최근 득점 증가의 이유: 기술, 룰, 전략의 변화
2010년 이후의 월드컵에서는 다시 평균 득점 수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평균 2.67점, 2018 러시아 대회에서는 2.64점,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2.69점을 기록하며 ‘골이 돌아온 월드컵’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 득점 증가에는 다양한 기술적·전략적 변화가 작용했습니다. 첫째, VAR(비디오 판독) 도입과 페널티킥 증가입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도입된 VAR 시스템은 명백한 파울이나 핸드볼 상황을 잡아내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실제로 2018 대회에서는 역대 최다인 29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되었으며, 이는 전체 골 수의 약 17%를 차지했습니다. 명확한 판정 기준이 마련되면서 공격수들은 박스 안에서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돌파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공격 전술의 다양화와 측면 활용 증가입니다. 4-3-3, 3-4-3 등의 공격 전개 중심 포메이션이 증가하면서, 측면 크로스와 윙어의 돌파를 활용한 전술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선 침투형 미드필더의 활용이 늘면서, 상대 수비의 예측을 피하고 다채로운 공격 루트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셋째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 향상입니다. 현대 축구 선수들은 드리블, 슈팅, 패스 등 기술 수준이 매우 높고, 한 명이 공간을 돌파하거나, 세트피스에서 기습적인 움직임을 통해 득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조로운 전술이 아닌 창의적인 공격 패턴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넷째, FIFA의 룰 변화와 흥행 전략도 득점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인구 개선, 오프사이드 룰 완화, 후반 추가시간 확대, 적극적인 VAR 개입 등은 모두 골 장면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이는 단지 스포츠 본질이 아닌, 미디어와 흥행을 고려한 상업적 전략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현대 월드컵은 ‘수비의 예술’에서 ‘공격의 다양성’으로 흐름이 이동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기술 발전, 전술 다양성, 판정 기술의 발전에 있습니다. 경기당 평균 득점 변화는 이런 흐름을 수치로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며, 향후 월드컵에서도 이 수치는 축구 스타일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활용될 것입니다.